일상 1 / 박동미
빈 오후는 아름답다
지난여름의 푸른 상처가
채송화로 푸들푸들 깨어나
눈부시게 웃고 있다
미어너스 통장에
출금할 계자번호 적으면서도
목이 마르도록 그리운 길
세상이 나를 잊은 것처럼
하늘 끝 황새 다리로 날아간다
햇살 뒤에 숨어서
몸 낮추면
산다는 게 갑자기 무겁다
아프지 마라
한여름 내내
골조공사 한 것 같이 햇갈린다
2010. 봄날에 깃들다 중 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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