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 1집 봄날에 깃들다 ( 2010 )

일상 1.

맑은향기 1 2020. 1. 13. 16:39

일상 1 / 박동미




빈 오후는 아름답다

지난여름의 푸른 상처가

채송화로 푸들푸들 깨어나

눈부시게 웃고 있다

미어너스 통장에

출금할 계자번호 적으면서도

목이 마르도록 그리운 길

세상이 나를 잊은 것처럼

하늘 끝 황새 다리로 날아간다


햇살 뒤에 숨어서

몸 낮추면

산다는 게 갑자기 무겁다

아프지 마라

한여름 내내

골조공사 한 것 같이 햇갈린다


2010. 봄날에 깃들다 중 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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