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동미(朴董美) 시인
1957년 경북 달성 출생
2003년 <시사문단> 등단
시집 ; 『봄날에 깃들다』
주소 ; 대구 달서구 대곡동 4-1 금강맨션 101동 702호
봄날에 깃들다
- 박동미
나비의 은빛 날개깃 투명한 말들
라일락 꽃잎에 입 맞춘다
꽃잎이 활짝 열리는 동안에
멧새들은 꿈을 물어 나르고
독한 향기가 길을 막고 섰다
마음만 그리운
너를 사랑한 한 때
청춘이 맨발로 달려온다
햇빛 물고 놓지 않는 사람아
한번의 기침 소리에 사랑은 아직 멀다
몇 년을 피고 지고 했을 라일락
젊은 날의 인생 베끼고 있다
언젠가 너도 가고 북적대던 봄날도 가겠지
오래도록 침묵 나누어 가진 그리움이여!
살아 있는 것은
이 저녁 낯선 길 환하게 밝히고 있다
복숭아
- 박동미
붉은 뺨 부비는 저 여린 초록
살아 온 날들은
얼마나 보잘것 없는지
산 허리 돌아 어디쯤
몸을 풀어놓을까
바람에 부풀린 그림자가
쟁쟁한 햇살과 어렴풋한 추억,
하나의 형상이 혁명처럼
오래도록 펄럭거리고 있다.
달콤 새콤 한 잎 물고
하늘 바라보면
푸근한 어머니 같고
달덩이처럼 고운 누이가
하늘에 떠 있네요
복숭아 꽃잎 환하게
밝히던 봄날의 기억도
아슴아슴한 그리움으로
내 가슴 붉게 물들인다.
봄날에
- 박동미
새파란 젊은 것이
음밀하게 탐닉하다 무장해제다
서서히
스무살이 가면을 벗기 시작한다
봄날의 상처,
언젠가 꽃 피고 싶은 내 인생이여!
새벽녘 홀로 라일락이 글썽인다
오오 봄이여!
무거운 삶, 한 짐 부려놓고
내 발등 밝혀주던
산 그늘이 강을 건넌다
진달래 화전 - 박동미
홍등 같이, 애타는 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