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카리나 / 박동미
내면의 바다
네 부름의 응답이었다
순한 가슴으로 입술 깨무는 별,
꽃향기처럼 맑아지며
사방으로 집을 지었다
사랑, 너였구나
목을 누르며 차가운 구멍으로
슬픔의 군상들이
벌거벗은 짐승과 만나다
해와 달이 번갈아 찾아오면
내 가슴에 아지랑이
달이 차는 가을밤
당신 가슴 밟고 가는 소리 들린다.
물빛동인 제 25집 (어딘가 헐렁) 중 일부
오카리나, 다소 낯선 악기 이름입니다. 하지만 이 취
주악기는 소리를 언젠가 대구시협 가을 행사 때 처음
들어본 적 있습니다. 저녁노을이 지던 그해 가을, 은은
하게 심금을 울리던 오카리나의 서정적 선율을 아직도
잊을 수가 없습니다. 고대 마야 문명의 유적지에서 발
견될 정도로 이 악기의 기원과 역사는 매우 길다고 합
니다.
이 시에서 서정적 자아는 오카리나 소리를 들으면서
진지하게 존재의 성찰을 하고 있습니다. 이 성찰로 인
해 화자가 처한 현실은 "내면의 바다"로 바뀌게 됩니
다. 이 바다에서 조용히 번져가는 음향은 "꽃향기" 처럼
맑습니다. 번잡한 일상에 찌들어 동분서주하며 살아가
다가 문득 울려 퍼지는 그 영혼의 소리를 들으면서 시
의 화자는 마침내 인간의 그 영혼의 소리를 들으면서 시
의 화자는 마침내 인간의 진실한 '사랑'을 생각하게 됩
니다 "슬픔의 군상"처럼 응어리진 삶의 아픔들이 오카
리나의 "차가운 구멍"으로 빠져나가면 화자의 가슴에
는 "아지라잉" 같은 신기루가 피어오르게 됩니다.
이 신기루는 무엇일까요? 그것은 분명 경건하고 고
즈넉한 삶이 떨리는 파장일 것입니다. 그러므로 그 울
림은 단수한 파열음이 아니라 "당신 가슴 밟고 가는"
영혼의 소리임이 분명합니다. 자그마한 한 취주악기를
오브제로 삼아, 이 시는 짧지만 간결한, 이미지로 삭막
한 시대에 맑은 생수 한 모름을 건내주고 있습니다.
ㅡ 시인 이진엽 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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