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경소리 / 박동미
눈꽃보다 가벼운 그리움 들고
맑은 소리내어 봅니다
다가갈 곳 다한 바람처럼
가슴 두드리는 환한 마음
몇 구절 햇빛으로
내 검게 번져 읽을 수 없는 날
하얗게 지워줍니다
내 창가에서 떨며 회색으로 저물 때
흔들리는 그들의 여읜 어깨
한결 같은 그 마음 겹도록
그대 굴레 안에
갇히겠습니다
언젠가는
고기떼 햇빛 속에 가득 내리겠지요
[풍경소리 전문] 인용한 시는 풍경소리를 의인화하여 감정이입을 하고 있는 작품이다.
이 작품의 분위기는 엄숙하다.
경어체의 어미에서 느낄 수 있는 박동미의 사랑은 종교적이다.
지고지순한 사랑이다. 그 지고지순한 사랑에서 박동미 시인은 구원을 얻고 있다.
그러므로 그의 언어는 엄숙하고 경건한 분위기를 거느리고 있다.
그의 그리움은 "눈꽃보다 가벼운 그리움" 이라 했다.
"눈꽃" 이"그리움"을 만나 단순한 시각적 이미지를 벗어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시각적 이미지와 촉각적 이미지가 결합되어 사랑의 순결성과 절대성을 효과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하겠다. 나아가 청각적 이미지인 " 맑은 소리" 로 이어지고 있어 상투성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풍경소리의 "맑음"은 곧 "환한 마음"으로 이어지고 이 "환한 마음" 은
"내 검게 번져 읽울 수 없는 날" 을 "하얗게 지워" 주므로 "나를 구원해 주고 있는 것이다.
이런 풍경소리는 사랑과 깨달음의 소리인 동시에 구원의복음 이다.
그러므로 "그대 굴레 안에 갇히"는 것은 속박이 아니라 또 다른 차원이 세계로 나아가는 것이다.
여기서 풍경소리를 계율로 읽는다면 ㅡ
"굴레" 라는 표현에서 "계율"로 읽는다면 ㅡ"굴레" 라는 표현에서 "계율"로 읽어 주길 바라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을 받을 수 있다 ㅡ 계율은 하나의 제약이 아니라 해방으로 가는 길이라는 것을
시인은 우리에게 은근히 깨우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시인은 "언젠가는/ 고기떼 햇빛 속에 가득 내리"는 날을
"그대 굴레 안에' 갇혀 기다릴 것이라고 진지하고도 엄숙한 목소리로 다짐하고 있다.
구석본 ( 시인. 대구문협 회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