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표 작품

박동미 시세계

맑은향기 1 2018. 8. 18. 18:01

 

 

  산사에서 / 박동미

 

마음 다 비우고 싶은 날

조용한 산사를 찾는다

솔 향기 사이로 나뭇잎 부딪히는

소리 들으면 어느새 가벼워지는 마음

바람의 눈높이까지 욕심 내려놓고

세상 바라본다

분별없는 생각들

하늘빛 말씀 살짝 들추어

내가 나를 비워내면

세상은 세상일이라서

못 견뎌 하고 홀로 아픈 등 밀고 가는

그림자 닮지 않아도 되리라

어두운 그늘 한 자락 꿀꺽거리다 보면

허둥대는 하루는 빛을 잃어가고

중생이 밟고 간 발자국 바라보며

마음 어디 두어야 할지

노을처럼 저무는 하늘

사랑도 해보고 자식도 길러

어쩌지 못하고 가야 한다면

바라보는 침묵으로 순응해야지

마주 보고야 말 세상에서

 

우리가 맞고 있는 현실적인 삶은 이상적인 삶과는 늘 대칭을 이루고 있다.

일상을 이루고 있는 인간 행위의 대부분은  "목적" 이 아닌 "수단" 혹은 " 방법"을

위한 봉사다. 다시 말해 "이상" 혹은 궁극적 " 목적"을 위한 한 행위는

현실에서 거의 이루어지고 있지 않다. 그리고 그런 사실에 익숙해 있다. 아니 이제 그 가치가

전도되어 삶의 "수단" 혹은 "방법"에 불과한 것이 궁극적인 "목적" "이상" 실현인 양 착각하고

그것을 위해 혼신이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이 생활인들이다. 대표적인 예가 "돈'을 위한

현대인의 끓임 없는 집념일 것이다. 어떤 삶에 회의를 느낄 때 사람은 산사를 찾는다.

산사는 일단 속세와 거리를 두고 있다. 이런 공간적 배경과 집념, 욕심을 버림으로 구원을 받을 수

있다는 종교적 이념이 결합한 산사는 사람에게 자신을 뒤돌아보게 하는 가장 적합한 장소일

것이다. 박동미는 산사를 찾아 "바람의 눈높이까지 욕심 내려놓고/ 세상을 바라보"는 시간을 가진다.

이 때 "세상은 속세일 수 도 있지만 궁극적으로 시선이 멈추는 곳은 바로 "나"일 것이다.

 

분별없는 생각들

하늘빛 말씀 살짝 들추어

내가 나를 비워내면

세상은 세상일이라서

못 견뎌하고 홀로 아픈 등 밀고 가는

그림자 닮지 않아도 되리라

                                              ㅡ   [ 산사에서 ] 부분 ㅡ

 

박동미 시인은 산사에서  "나를 비워내"는 일에 열중한다. "나를" 비워내는 일의 핵심은 지금까지

"분별" 없는 생각"으로 살던 삶에 대한 반성과 "하늘빛 말씀 살짝 둘추"는 것이다.

그러면 박동미 시인은 "세상은 세상일이라서 / 못 겨뎌하고 홀로 아픈 등 밀고 가는 / 그림자 닮지 않아도"

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다시 말해 "세상일"은 "세상일이라서 못 견뎌하던" 집념.

"나"의 "일" 은 그 일대로 "홀로 아픈 등 밀고 가"야 하는 욕망으로 가득한 "그림자" 같은 허무한 삶에 대한

반성이 이 시의 바탕에 깔려 있다.

그렇지만 현대인은 현실적인 삶을 외면할 수 없는 것이 또한 현실이다. 이 점을 박동미도 잘 알고 있다.

그래서 이 시 말미에 " 노을처럼 저무는 하늘/ 사랑도 해보고 자식도 길러/ 어쩌지 못하고 가야 한다면 /

바라보는 침묵으로 순응해야지" 라고 노래한다. 어쩌면 "산사"를 거닐며 결국 세상 초월할 수 없는 인간의

한계를 깨달았는지 모를 일이다. 그리고 순응의 아름다움을 깨달아 가는 나이가 되었는지 모른다. 어쩌면

박동미 시인은 이런 " 순응의 아름다움도 창조적일 수 있음을 노래하고 있는 것 같다.

 

구석본( 시인.대구문인협회 회장)

 

*1975년 <시문학>으로 등단

*시집< 지상의 그리운 섬> < 노을 앞에 서면 땅끝이 보인다>< 쓸쓸함에 관해서>

* 저서 < 詩여 다시 그리움으로 >

* 현 대구문협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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