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 몸살 하다 / 박동미
물의 길을 내던 최초의 초원
새벽이슬 머금은 수액으로
내 안의 계절을 바꾸는 동안
발 등에 데인 자국처럼
상처 하나 다스리지 못해
세상의 한쪽 등에 업고 노을이 붉다
비장한 한 수
천만 번 흔들렸을
대를 밀고 올라온 뒷발의 힘
청청한 뜨락을 지나
푸릇한 한 잎이 시듭니다.
꽃 피고 지는 일이
홀로 지샌 밤처럼 아득할 줄이야
힘든 삶을 묵묵히 지고 가는
새벽 안개들이여!
생명 앞에 경건해지는
마지막 꽃일 수 있으니
한 잎의 꽃잎, 한 잎의 어머니
가만가만 발자국 헤아리면
누가 따귀를 쳤는지 별빛 파르르 떤다.
'발표 작품' 카테고리의 다른 글
2017. 보리밭 [대구문학 7,8 .127호] (0) | 2018.09.06 |
---|---|
아버지 [대구문학 98호]~~ (0) | 2018.09.06 |
콩나물 [대구문학 104호]~~ (0) | 2018.09.06 |
2008 시와반시 [가을 서가] (0) | 2018.08.29 |
2009. 모델하우스가 있는자리 [물빛동인 제 25집] (0) | 2018.08.2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