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표 작품

2018. 꽃, 몸살 하다 [대구문학 가을호]~~

맑은향기 1 2018. 9. 6. 16:46

 

, 몸살 하다 / 박동미

 

 

 

물의 길을 내던 최초의 초원

새벽이슬 머금은 수액으로 

내 안의 계절을 바꾸는 동안

발 등에 데인 자국처럼

상처 하나 다스리지 못해 

세상의 한쪽 등에 업고 노을이 붉다

 

비장한 한 수

천만 번 흔들렸을

대를 밀고 올라온 뒷발의 힘

청청한 뜨락을 지나

푸릇한 한 잎이 시듭니다.

 

꽃 피고 지는 일이

홀로 지샌 밤처럼 아득할 줄이야

힘든 삶을 묵묵히 지고 가는

새벽 안개들이여!

생명 앞에 경건해지는

마지막 꽃일 수 있으니

한 잎의 꽃잎, 한 잎의 어머니

 

가만가만 발자국 헤아리면

누가 따귀를 쳤는지 별빛 파르르 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