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표 작품

아버지 [대구문학 98호]~~

맑은향기 1 2018. 9. 6. 17:12

아버지 / 박동미

 

 

하룻밤의 파노라마에서

얼어붙은 밤길 떠나왔습니까

먼 훗날에 도착할 기억이

바람과 햇빛에 깎여 사라져서

등허리가 자꾸 허전하다

어린 별로 태어나

소통이 점점 멀어지는 듯

햇발 역류하는 한낮의 분화구

너덜너덜 지느러미 저으며 찾아가는 길

돌아보면 서로 날개를 스치며

모든 그들은 나를 아는 듯하고

나는 그들을 알 듯 말 듯 어디선가 본 듯한 사람들

이승에서 거꾸로 가고 있는 듯

나는 아무것도 알지 못했다

황혼의 바다 홀로 목관을 쓰고

아득히 썰물과 밀물의 경계에서

잦은 눈에 피어나던 동백

앙상한 가슴뼈 사이로 바람이 불어온다

여기가 어디쯤일까

외딴섬 낯선 고인돌에 누워

기억하나요

텅 빈 가슴에 균열이 깊어요

명치를 찌르는 파편들이 온몸으로 진동합니다

구름집은 나만의 것, 많은 날이 자꾸 지나갑니다

꽃으로 태어날 수 있을까?

어둠을 펼쳐 놓고 어디론가 홀연히 사라지는 것들

봄날의 약속을 어기고 실성한 머리에

바람꽃이 피었어요

폐부를 말리는 바람이 밀려올 때면

젊은 나의 아버지가 허물로 서서

금빛 아침을 쪼아 먹지요

내 곁을 떠난 그들의 속도는 아무도 모른다

그리움의 뼛골 검어지던 날

초록뱀 한 마리 나를 벗어 놓고 조용조용 사라집니다

 

 

每日한글백일장 장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