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 박동미
하룻밤의 파노라마에서
얼어붙은 밤길 떠나왔습니까
먼 훗날에 도착할 기억이
바람과 햇빛에 깎여 사라져서
등허리가 자꾸 허전하다
어린 별로 태어나
소통이 점점 멀어지는 듯
햇발 역류하는 한낮의 분화구
너덜너덜 지느러미 저으며 찾아가는 길
돌아보면 서로 날개를 스치며
모든 그들은 나를 아는 듯하고
나는 그들을 알 듯 말 듯 어디선가 본 듯한 사람들
이승에서 거꾸로 가고 있는 듯
나는 아무것도 알지 못했다
황혼의 바다 홀로 목관을 쓰고
아득히 썰물과 밀물의 경계에서
잦은 눈에 피어나던 동백
앙상한 가슴뼈 사이로 바람이 불어온다
여기가 어디쯤일까
외딴섬 낯선 고인돌에 누워
기억하나요
텅 빈 가슴에 균열이 깊어요
명치를 찌르는 파편들이 온몸으로 진동합니다
구름집은 나만의 것, 많은 날이 자꾸 지나갑니다
꽃으로 태어날 수 있을까?
어둠을 펼쳐 놓고 어디론가 홀연히 사라지는 것들
봄날의 약속을 어기고 실성한 머리에
바람꽃이 피었어요
폐부를 말리는 바람이 밀려올 때면,
젊은 나의 아버지가 허물로 서서
금빛 아침을 쪼아 먹지요
내 곁을 떠난 그들의 속도는 아무도 모른다
그리움의 뼛골 검어지던 날
초록뱀 한 마리 나를 벗어 놓고 조용조용 사라집니다
每日한글백일장 장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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