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리밭 / 박동미
푸른 보리밭에 젖은 맨발을 밀어 넣고
환장하게 가렵고 차진 몸으로
여름 별자리 근처 바람끼리 비비며 운다
우리가 잊고 살아가는 눈 질끈 감은 황톳길
구름의 능선이 무릎에 누웠다.
멍석 흔드는 소리에
가난한 여름이 보리술에 취한다.
탯줄을 감고 있는 콩잎이 싹을 틔우며
죄수 같은 푸른 들판에 순례를 마치고
세월도 없는 듯 앉아 있다.
고즈넉한 생,
꼿꼿이 세우던 등뼈의 힘으로
아버지의 갈라진 뒤꿈치가 길을 따라간다
얼마나 많은 날 몸부림쳤던가?
거멓게 속이 타들어 가면서
아버지의 날개 죽지가 낙관으로 찍혀 있다
연둣빛 풀 하나가 똥 한 무더기 누고는
호박잎 촘촘히 뒤를 닦고 갔다.
자식 먹여 살리기 위해 땅을 파던 아버지
달빛 환하게 당신 얼굴이 겹쳐 보여
머쓱해서 주먹을 허공에 쑥 내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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