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표 작품

타프놈사원 [대구문학112호]

맑은향기 1 2018. 9. 14. 23:04

 

타프놈사원  /  박동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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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관대했던

수펑나무가

사원을 뿌리로 친친 감고 있다.

살과 뼈 다 녹인

천 년의 감옥을 풀고 싶어

밤마다 뿔이 돋아난다

푸른 잎사귀가 혀를 내밀 때마다

초강력 주파수가

발원지를 찾았지만, 염기서열이

진화하여

온몸이 짓무르고 곪아 터진

전갈의 배꼽 자리,

제단을 건드릴 때마다

으스러지며 바람처럼 운다.

 

고요한 낮잠 속으로

스스로 곡기를 끓고

무서운 괴력의 힘으로

사원을 송두리째 삼키며

인간에게 경고하고 있다

과거의 별에서 더 오랜 과거로

거꾸로 선 피사체가

하늘을 향해 솟구쳐오른다

짐승의 목젖 같은 이름이여

햇살도 늙어 허리가 굽었다.

압사라의 춤사위 따라

한 생이 저물어

기척도 없이 욱신욱신하다.

 

 

 

 *수펑나무: 캄보디아 타프놈 사원을 파괴하고 있는 나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