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표 작품

< 삶과 문학 특집1- 나의 일과 시쓰기 중에서>

맑은향기 1 2019. 1. 12. 14:41

좋은 차 마시듯 / 박동미

사선으로 떨어지는 빗방울은 볼을 맞대며 서로 꼭 껴안고 떨어질 줄 모른다. 산으로 가는 비는 빗금 그으며 시냇물 따라 낮은 소리로 흐르고, 세상으로 나온 비는 손금보다 먼저 늙어가며 길을 내어 준다. 젖은 나무는 일제히 뒤꿈치 들고 하늘 향하고 있다. 칠월의 비는 초록색 닮았다. 바람이 불면 바람의 모습으로 나뭇잎 흔들며 속내 들어내지만, 찬찬히 바라만 보아도 청청한 숲은 웅장하고 비를 맞고도 당당하다.누구나 행복한 삶과 아름다운 삶을 꿈꾸며 살아간다. 올리브 기름처럼 맑아지고 싶을 때 산책하는 길은 초목이 푸르게 우거져 야윈 꿈이 바람에 깨어 서성댄다. 햇살과 눈맞추고 있는 순간은 기만했던 일상에 대해 종달새처럼 재잘대는 너는 오늘도 먼 발치에서 고단한 생각을 하나씩 접고 있다.

일상은 엑스레이 찍듯이 반복되지만, 나의 詩 쓰기는 삶을 환기시켜 준다. 어느새 문학 활동 한 지 25 년이다. 특별하게 해둔 것은 없지만, 문학은 내 생활의 활력소임을 부인할 수 없다. 詩가 내 삶의 버팀목이 되어 때로는 삶을 어루만져 주고 든든한 배경이 되어 내 삶의 중심이 되었다. 가뭄의 단비는 우리에게 달디단 오아시스가 되게 하듯이, 물 없는 세상을 생각해 보았는가? 가만히 빗소리 들으면 빗 방울 소리가 현 악기처럼 고운 음률로 흐른다. 거룩한 내 안의 삶은 늘 허기지고 외로웠다. 윤택한 삶이었다면 詩 쓰기에 매달리지 않았을 것이다. 힘든 세상에 바람막이 되어 함께 헤쳐나갈 수 있었던 단물 같은 존재였다. 내 청춘은 늘 목마르고 쓸쓸했다. 사랑은 영원한 줄 알았는데, 한 시대를 살다가는 우리에게 생은 아무래도 너무 짧고 아쉽다.

삶의 주인공은 나 자신이다. 건강을 위해 밸리 댄스 배우면서 일상의 스트레스를 날려버리고 열심히 일 하면서 사이버 공간인 홈페이지에 짬짬이 詩도 쓰고, 詩 속에서 살아간다. 그만큼 詩를 사랑 한다. 지치도록 달려온 생, 힘들 때도 시 쓰기를 멈출 수 없었던 것은 나의 삶 이었기 때문이다. 동인지 1집부터 13집 낼 때 까지 한 번도 놓지 않았던 시 쓰기는 나의 동반자였다. 한 권의 동인지가 나올 때마다 뿌듯함과 해 냈다는, 자부심이 당당한 나이게 한다. 건강이 허락하는 날까지 詩 쓰기를 멈추지 않겠다. 살며, 사랑하며, 노을빛보다 더 아름답게 늙어 가야지, 푸른 내 마음의 정원에는 날마다 꽃으로 가득 피어 모두를 사랑 할 준비가 되어 있다.

< 삶과 문학 특집1- 나의 일과 시쓰기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