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과 예찬 / 박동미
모과 한 바구니 받고 싶다
둥글던 세월의 테두리
황금빛으로 물들다 내 어둠 쓸어내리며
자신의 무게보다 더 무거워
손바닥으로 가린 햇살에 쩔쩔맨다
한 광주리 소담스레 담아두면 흡족하다
언제부터인가 마음 빳빳하게 세울수록
솜털 바람에 노랗게 무너지곤 했지
때 이른 아침 난로 지피고 찬물을 끓인다
모과 몇 조각 넣어 팔팔 끓이면
눈물도 주전자 속의 물처럼 증발할까
물안개가 세상으로 열린 길 닫고 있다
아침마다 잠겨오는 나른한 삶
내가 상처낸 무수한 말들
묵은 습관처럼 바람에 젖어들고
11월과 12월 사이
2010. 봄날에 깃들다 중 일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