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 1집 봄날에 깃들다 ( 2010 )

모과 예찬

맑은향기 1 2020. 1. 14. 12:44

모과 예찬 / 박동미



모과 한 바구니 받고 싶다

둥글던 세월의 테두리

황금빛으로 물들다 내 어둠 쓸어내리며

자신의 무게보다 더 무거워

손바닥으로 가린 햇살에 쩔쩔맨다

한 광주리 소담스레 담아두면 흡족하다

언제부터인가 마음 빳빳하게 세울수록

솜털 바람에 노랗게 무너지곤 했지

때 이른 아침 난로 지피고 찬물을 끓인다

모과 몇 조각 넣어 팔팔 끓이면

눈물도 주전자 속의 물처럼 증발할까

물안개가 세상으로 열린 길 닫고 있다

아침마다 잠겨오는 나른한 삶

내가 상처낸 무수한 말들

묵은 습관처럼 바람에 젖어들고

11월과 12월 사이


2010. 봄날에 깃들다 중 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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