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듬잇돌 다듬잇돌/ 박동미 다듬이 소리 더듬더듬 말 건넨다 기억 지층에 끈끈한 밥풀 먹여 꾸득해지면 물 한 모금 품어 다듬이 두드리며 마음 다스렸다 아버지 발자국 먼 산에 묻고 온 날 길 잃은 달빛 구름에 갇혔다 독해져야 살 수 있기에 멎을 듯한 시간, 이 험난한 시대를 하옥하라. 이 땅의 하.. 시집 2집 {푸른 시간에 갇혀} (2019) 2020.01.15
팔순기념 팔순 기념 / 박동미 방. 옥. 금. 여사 회갑 칠순 팔순 잔치 한 번 못했다 오빠 사업 실패로 가족들 뿔뿔이 흩어져 칠 순 되었지만 남편, 아들 앞세우고 무슨 염치로 칠순하냐며 생일상도 못 차렸다 열여덞에 시집 온 엄니, 팔순 앞두고 요양병원에 입원했다 나는 괜찮다 괜찮다 자식들 짐 될.. 시집 2집 {푸른 시간에 갇혀} (2019) 2020.01.15
구두수선 구두수선 / 박동미 시장 귀퉁이 한 평 남짓 낡은 의자가 손님 맞고 있다 천 원 깎아 주며 환한 햇볕 속으로 허공에 날개 자국 긋고 낡은 재봉틀 탈탈 돌아간다 돌처럼 굳은 손으로 무릎에 헝겊 깔고 본드로 붙이고 문질러 감쪽같이 새 구두 되었다 삶에는 정도가 없다 앉은뱅이 의자 위로 .. 시집 2집 {푸른 시간에 갇혀} (2019) 2020.01.15
내 인생의 봄날 인생의 봄날 / 박동미 햇살 머문 자리 입이 헐기 시작한다 뒤척이는 나무 실핏줄 터졌다 머지않아 푸른 힘으로 버들잎 채워지겠지 눈시울 붉게 터지듯 모진 매로 다스렸던 유년, 봄바람 부는 언덕에서 야윈 목청 끌어안고 어머니 마중 나와 계실까 손바닥에 놓고 간 세월 데친 나물처럼 .. 시집 2집 {푸른 시간에 갇혀} (2019) 2020.01.15
겨울비 겨울비 / 박동미 노련한 사냥으로 겨울잠 삼켜버리고 푸른 하늘 길어 올리던 고단한 영혼이여! 천지 수목은 그 발아래 언 땅 깨워 수액 마시는 동안 살아서 눈물겨운 어머니 문득 내게로 와 몸 주시고 이 땅의 숲 이 땅의 아지랑이 헛기침 소리에 어디까지 혁명이고 희망인지 뿌리에 갇힌 .. 시집 2집 {푸른 시간에 갇혀} (2019) 2020.01.15
상수리나무 상수리나무 / 박동미 어둠의 배후에는 시대의 저녁이 있고 아버지 발자국 도처에서 바람으로 쓰러진다 하릴없는 상상으로 우듬지기에 올라 아버지 목놓아 부르면 우우 소리 내어 붉게 우는 구름 달랜다 가을은 언제 시작되는지 내 안의 계절 바뀌도록 정오의 순례는 계속되고 평생 자식.. 시집 2집 {푸른 시간에 갇혀} (2019) 2020.01.15
{2 부 봄꽃 번지듯 }꽃들의 저녁 꽃들의 저녁 / 박동미 너와 나의 거리 좀처럼 가까워지지 않는다 마주하고 싶어 가까이 다가가면 파르르 입술 깨문다 사막 건너온 달빛 발가락 보이네 무청 같은 푸른 밤 허물어진 소문만 기억에서 밀려나고 어둠이란 배경은 늘, 짐승의 눈처럼 조심스럽고 삶이 무언지 모른 채 살아가는 .. 시집 2집 {푸른 시간에 갇혀} (2019) 2020.01.15
노을빛 딸꾹 노을빛 딸꾹 / 박동미 색 바랜 국화 한 떨기 가벼워진 몸으로 그의 잠 속으로 사라지고 강물에 비친 벌개미취 둥근 지평선 돌아보는 동안 어둠 향해 뛰어내린다 노을빛 딸꾹 한때 석양 물들이며 상처 꿰맨 물고기 넘쳐나고 지상에 닿지 못한 달빛 생 증언하기 위해 줄기 칭칭 감고 있는 나.. 시집 2집 {푸른 시간에 갇혀} (2019) 2020.01.15
습관의 손가락 습관의 손가락 / 박동미 습관의 손가락은 다른 계절과 교차하는 순간 빗나간 과녁처럼 페이드 아웃되다 마이너스 예순셋 꽃 피던 시절엔 누군가의 그리움으로 살아가는 날들이었다 긴 어둠에서 풀려난 푸른 잎맥의 바다 늦가을 나뭇잎이 손가락에 갇혀 자꾸 말귀가 어두워진다 2019. 푸른.. 시집 2집 {푸른 시간에 갇혀} (2019) 2020.01.15
가을 예감 가을 예감 / 박동미 하늘 가득 고래 떼처럼 눈부시다 돌아보면 그리운 시절 구름이 참새 눈물처럼 종종걸음으로 하늘 이끌고 온다 막연히 너만 바라보면 좋더라 은밀히 침략해 오는 붉게 타는 산과 들, 사람들은 길 잃고 사랑의 신호 보내는 착하디 착한 단풍이여! 존재하지 않은 상용 문.. 시집 2집 {푸른 시간에 갇혀} (2019) 2020.01.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