멜랑콜리 멜랑콜리 / 박 동 미 구름 능선이 노을빛으로 물들기 시작하면 버려진 섬처럼 딱딱한 발목이 허기와 나란히 앉아 뼛속까지 비우며 녹슨 레일의 오르막 달린다 무당벌레 등껍질 뒤집어쓴 얼룩진 육신은 온몸의 뼈 뒤틀리듯 진통의 터널 통과한다 암호처럼 그려진 수많은 노선 내 몸은 언.. 시집 2집 {푸른 시간에 갇혀} (2019) 2020.01.15
비슬산 참꽃 비슬산 참꽃 / 박동미 풋사랑 분홍 구름 피어나는 아침 온몸 맡기고 흔들리는 너 초록 잎사귀 파닥파닥 날아오르는 소리 물방울 속 아이들 웃음소리 들린다. 다음 생에도 내 몸 통해 얼굴 내밀 것이다 수천 개의 붉은 심장에 통증 느껴보았는가? 붉게 타오르는 색의 환희 달아오른 화선지.. 시집 2집 {푸른 시간에 갇혀} (2019) 2020.01.15
도라지 도라지 / 박동미 너의 하얀 웃음 둥지 잃은 새 닮았다 뒤꿈치 살짝 들면 아픈 눈물 하늘 가리네 기다림은 오지 않는데 네 눈과 나의 눈이 기다림에 지쳤다 언젠가 돌아올 이름으로 허공 훔치는 여자 온몸으로 사랑하다 목청껏 불러보는 초록의 배후 우리에게 채워진 것이 얼마나 많은지 .. 시집 2집 {푸른 시간에 갇혀} (2019) 2020.01.15
메주 메주 / 박동미 쉿! 해풍에 알몸 묻었다 돌아보면 아득한 길 해는 아직 중천인데 눈 가린 채 그의 잠 속으로 들어가 몸 풀었다 누군가의 손길 기다리다 해질 무렵 알몸 잠시 흔들렸다. 흥건하게 풀어놓은 붉은 햇덩이 먼 데서 아랫도리 치는 소리 들린다 고된 삶에 지쳐 돌아누운 채 발가벗.. 시집 2집 {푸른 시간에 갇혀} (2019) 2020.01.15
꽃의 잠언 꽃의 잠언 / 박동미 너에게로 가는 길엔 구석에 박힌 꽃씨처럼 바삭 바른 구절초처럼 조용히 흘러가는 구름 속이다 봄바람 번지듯 누군가 손짓하는 젊은 날 어떤 아름다움과 무관하게 희망 늘어놓고 갔다. 봄꽃 번지듯 한껏 흔들어주면 저렇게 반짝일 수 있을까 기회는 쉽게 오지 않는데 .. 시집 2집 {푸른 시간에 갇혀} (2019) 2020.01.15
분홍강 분홍 강 / 박동미 너와 나 사이 건널 수 없는 강 수천번의 날갯짓으로 한쪽 가슴 아려오면 가슴에 졸졸 시냇물 시작되지 너를 기다리는 동안 굴곡진 봄의 능선이 울음 멈추고 강물 따라온다 사랑은 언제 강 건너올까 그리운 그대, 햇빛 쟁쟁한 날 가슴에 이끼 날개 달고 가엾은 내 사랑 탱.. 시집 2집 {푸른 시간에 갇혀} (2019) 2020.01.15
비슬산 비슬산 / 박동미 넉넉한 당신 품 같이 부드럽고 따뜻한 푸른 잎사귀 발목 휘감으며 바람 한 짐 지고 간다 말똥구리 남루한 발자국 도처에 제 고요 쌓고 어둠에 잠긴 나무는 우주와 소통하며 만삭의 달 하룻밤 생으로 태어난다 이 풍진 세상 삶은 얼마나 독한지 그래도 봄이 온다는 것은 얼.. 시집 2집 {푸른 시간에 갇혀} (2019) 2020.01.15
강물 강물 / 박동미 그대는 아이 울음처럼 날마다 자라나는 성장통 밝음과 어둠 섞이는 뒤안길에서 피는 꽃의 두근거림으로 햇볕 바람 그냥 통과했으면. 들릴 듯, 들리는 듯 헐벗은 가난이여! 소리쳐 부르지 않아도 마음 뒤꼍 돌아 가슴으로 흐르는 강물 징글징글한 봄날은 잠깐이었다 2019. 푸.. 시집 2집 {푸른 시간에 갇혀} (2019) 2020.01.15
오후의 골목 오후의 골목 / 박동미 지금이 사 십년 후라는 것 잊어야 한다 몸 접은 슬픔만으로 이미 내가 아니다 가슴에 두른 은빛 시간만이 날개 비명 품어 안고 개똥지빠귀 쩌렁쩌렁 울었다 우리의 한 시절도 한 때는 희망 전선이었다 당신도 알고 나도 아는 어렴풋한, 오후의 골목 푸른 소나무처럼 .. 시집 2집 {푸른 시간에 갇혀} (2019) 2020.01.15
겨울 풍경 겨울 풍경 / 박 동 미 마음의 기울기를 아는가 실어증에 걸린 섬 하나 말 씹어 삼키는 버릇 생겼다 생각이 벼랑 끝일 때 내 안의 미워하는 마음도 내 운명도 점점 순해졌다 사람은 살아서 흔들린다 겨울 풍경은 좀처럼 문 열어주지 않고 망막 뒤에 쓰러진 뜯긴 상처 예사롭지 않다 산다는 .. 시집 2집 {푸른 시간에 갇혀} (2019) 2020.01.15